국내 중소기업의 일반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리고 보험사의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토의의 장이 열렸다. 중소기업 측은 보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를 적극 요구했고 보험사 측은 확대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수익성이 미미하고 영업을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가입자와 사업자 간의 입장 차이는 극명했지만 보험사가 고객사인 중소기업에 경영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리스크를 줄이는 등의 방법을 통하고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해 비용을 줄이면 한국 중소기업의 보험시장도 활성화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은 이날 '중소기업 보험시장의 현황과 이슈'를 주제로 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서 보험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중소기업의 보험 가입 현황을 면밀히 조사해 '국내 중소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보험 가입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던 바 있다.
해당 보고서를 김석영 선임연구위원과 함께 작성한 김혜성 ㈜국제손해사정 고문은 이날 세미나의 발제를 맡아 국내 중소기업 보험시장은 성장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일반손보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상회하나 한국의 경우 22.3~34.2%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는 홍정호 중소기업중앙회 실장이 중소기업의 보험 가입 고충을 토로했다.
홍 실장은 '상생과 공존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보험료 부담 절감을 위해 정부와 보험 업계가 함께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보험 가입을 꺼리는 것은 보험료 부담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홍 실장은 "불의의 보험 사고가 나게 되면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는 점과 "사고 위험이 높은 업종은 (요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사고를 내지 않더라도 너무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곧 기업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진다. 김 고문과 김 선임연구위원의 조사 결과에서도 제조업종 중소기업 중 26.1%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필요하지만 보험료 부담이 커서'라고 응답했다.
홍 실장은 중소기업의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정부와 지자체의 보험료 직접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홍 실장은 "중소기업 보험시장(가입)은 공적인 부분도 다소 있다"며 "중소기업 보험을 인수한 손보사에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완화를 정부나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사고 빈발 업종의 기업이라도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보험사는 인수를 망설이지 말 것 역시 요구했다. 그는 "이런 업체는 보험료를 낮춰주는 등 인수에 있어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보험 돈 안 되니 장기보험 팔 수밖에
디지털화·기업 리스크 직접 관리하면 희망
한편 보험사 측은 '수익성이 없어 침투 확대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 실장 다음 순서로 의견을 개진한 장명조 삼성화재 상무는 "중소기업 보험시장 확대의 필요성에 삼성화재 역시 공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삼성화재는 국내 기업성 장기재물보험 시장의 선두 주자다.
장 상무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반보험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영업력이 중요하지만 일반보험 상품은 수익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설계사 등의 영업 인력은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장기보험 판매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 장 상무는 "일반보험은 이익이 좀 덜 나고 장기재물보험은 이익 좀 나는 구조"라며 "설계사나 대리점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수익을 가져오는 장기재물보험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리스크에 대한 통계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 역시 보험사의 상품 개발과 공격적 영업을 어렵게 한다. 장 상무는 "아무리 찾아도 (중소기업 손해율과 리스크에 관한) 통계 자료가 없더라"고 말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 상품은 계약 시 설명이 필요한 내용이 많고 이는 보험사에 비용 부담으로 돌아간다.
장 상무는 이런 문제를 디지털 기반의 저비용 사업 모델을 개발함과 동시에 상품을 단순화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플랫폼 마케팅과 전속 채널용 디지털 툴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기업이 기호에 맞는 조건을 선택하면 바로 가입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가입 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비롯한 경영 전반을 돕는 것 역시 보험 가입률 제고를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장 상무는 "대기업은 리스크 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부서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재정 부족과 인력 제한 문제로 (대기업처럼)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보험사가 기업 창업 초기부터 재무, 인사 등을 컨설팅 해주고 경영 전략 수립, 계획 관리, 사업 운영, 광고, 마케팅까지 해주며 중소기업의 경영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일본 1위 손보사 동경해상은 이미 이런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김혜성 고문, 김석영 선임연구위원 외에도 최용민 뮌헨재보험 전무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패널토론에는 홍정호 실장, 장명조 상무를 비롯해 심정보 스위스리 전무, 정광민 포항공과대학교 교수가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 좌장은 정중영 동의대학교 교수가 맡았으며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했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