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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영공학과 박중우 학사, "정년 없고 돈도 잘 벌어"… 기술직에 눈 돌리는 젊은이들
수원에서 배관 용접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원에는 최근 20대 학생의 등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30대가 가장 어린 학생에 꼽혔지만 이제는 절반 이상 학생이 20대일 정도다. 과거에는 현장 기술직이 장시간·저임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년이 없다는 장점과 함께 사무직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20대 학생들이 학원을 찾고 있는 것이다. 김종훈 원장은 “배관 용접은 3개월 교육을 받고, 기술이 좋으면 한 달에 500만원도 벌 수 있다”며 “업무 특성상 일과 휴식 시간이 분명히 나눠지는 만큼 ‘워라밸’이 높은 것도 20대들에게 인기가 높아진 이유”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기술직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첫 직장을 찾는 20대부터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40~50대까지 현장 기술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지문인식기 등 전자제품을 개발하던 김모(49)씨는 8년 전부터 에어컨 전문 청소업을 시작했다. 그는 “일반 중소기업에서는 승진 적체로 50대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은데 현장 기술직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서 이 일을 선택했다”면서 “최근 3년 사이에 관심이 급증하면서 곳곳에 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억대 연봉 받는 기술직
기술직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데는 임금이 큰 요인이다. 대한건설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지난해 평균 노임을 집계한 결과 특고압 케이블을 작업하는 기술직의 하루 8시간 평균 노임은 42만1236원으로 한 달 평균 약 840만원 이상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현장에서 높은 곳에 임시 가설물을 설치하는 비계공은 28만1721원, 용접공 26만2551원, 미장공 25만6225원으로 뒤를 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는 특근과 야근 등이 많기 때문에 실제는 평균 노임보다 50%는 더 번다”고 했다.
기술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하다. 기술만 있으면 언제나 일감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전봇대에 올라 2만2900볼트의 특고압 케이블 설치·수리·철거 작업을 하는 업체인 ‘파워케이블공사’ 관계자는 “넉넉한 임금에다 회사에 지원만 하면 회삿돈으로 배전전공 자격증 교육까지 다 시켜서 숙련공으로 만들어주지만 여전히 일손이 모자란다”며 “대표까지 현장에 나가 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2년 전부터 백화점, 아웃렛 등에서 전기 배선 설비 공사를 하는 최모(37)씨도 “여기저기서 현장에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지금은 오히려 쉬는 날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정도”라며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기술직 채용·양성 활발
국내에서 기술직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기술직의 구인·구직을 돕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포항공대 출신들이 창업한 HR 스타트업 ‘디플에이치알’은 생산·기술직 채용 공고만 다루는 전문 채용 플랫폼 ‘고초대졸닷컴’을 지난해 12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생산·기술직은 전체 채용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지만, 이 분야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공고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고초대졸닷컴의 20대 지원자 비율은 71.5%이며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5만명을 넘어섰다.
젊은 기술공 양성을 위한 기업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기능직 인력 양성을 위해 도장 교육이나 용접 실습 등을 위한 ‘뿌리아카데미관’의 문을 열었다. 국내 대표 전동공구 기업인 계양전기도 지난달 전문 숙련공을 꿈꾸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선발해 소속 학교와 개인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각종 공구를 무상 지원하는 ‘네오블루’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과 독일 등을 중심으로 기술직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기술직 근로자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영환 계양전기 대표는 “전문성을 갖춘 숙련공은 사회적으로도 귀중한 인재”라며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해 취업 연계 및 장학금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